전기차 보조금 7월 대개편, 60점 미달 제조사는 한 푼도 못 받는다
7월부터 국내 전기차 보조금 체계가 크게 바뀐다. 정부가 제조사를 직접 평가해 기준점을 넘지 못하면 보조금 지급을 전면 차단하는 '사업수행자 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과 부품 조달 비중을 핵심 지표로 삼은 탓에 테슬라, BYD 같은 수입 브랜드는 구조적으로 불…

7월부터 국내 전기차 보조금 체계가 크게 바뀐다. 정부가 제조사를 직접 평가해 기준점을 넘지 못하면 보조금 지급을 전면 차단하는 '사업수행자 평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국내 생산과 부품 조달 비중을 핵심 지표로 삼은 탓에 테슬라, BYD 같은 수입 브랜드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60점 문턱, 넘지 못하면 보조금 전면 차단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달 말 확정 발표를 앞두고 있는 이번 개편의 핵심은 단순하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려는 제조사는 정부가 설계한 100점 만점 평가에서 60점 이상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기준선을 단 1점이라도 밑돌면 해당 제조사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는 보조금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다.
평가 항목은 연구개발 투자 규모,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고장·사고 발생 시 사후관리 수준 등 다방면에 걸쳐 있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공급망 기여도' 항목이다. 전체 배점의 40점을 차지하는 이 항목은 국내 생산 여부, 국내산 부품 조달 비율, 고용 창출 효과를 직접 수치화해 점수에 반영한다.
결국 평가 구조 자체가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국내 공급망과 연계된 제조사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셈이다. 현대차·기아처럼 국내 공장과 부품 생태계를 갖춘 브랜드는 공급망 배점에서 상당한 점수를 확보할 수 있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브랜드는 이 40점을 거의 채울 방법이 없다.
테슬라·BYD, 구조적 불이익 불가피
이번 개편이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결국 테슬라와 BYD 때문이다. 두 브랜드 모두 국내 생산 기반이 전혀 없고, 부품 역시 각각 미국과 중국에서 조달한다. 공급망 기여도 40점을 사실상 획득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테슬라는 올해 상반기까지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수입 브랜드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유지해 왔다. BYD 역시 올해 초부터 국내 판매를 본격화하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던 중이었다. 두 브랜드에 보조금 장벽이 생기면 소비자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현재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차종에 따라 수백만 원대에 달하는 만큼, 보조금 수령 가능 여부는 실질 구매 가격을 가르는 핵심 변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평가 체계가 사실상 국내 브랜드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정부는 공급망 안정화와 탄소 감축이라는 정책 목표를 근거로 들고 있지만, 수입 브랜드 입장에서는 60점 기준을 넘기 위해 국내 투자를 확대하거나 현지화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화재 안심보험 의무 가입, 7월부터 함께 시행
보조금 개편과 함께 7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수령의 또 다른 조건이 하나 추가된다. '전기차 화재안심보험' 가입 의무화다.
이 보험은 충전 중이나 주차 중 전기차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제3자가 입은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설계됐다. 정부와 제조사가 공동으로 보상 구조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소비자 개인이 피해 구제에 나서야 하는 기존의 사각지대를 제도적으로 메우겠다는 취지다.
최근 몇 년간 아파트 지하주차장이나 충전소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고가 사회적 불안을 키운 것이 이번 조치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재 피해를 입은 주변 차량 소유주나 건물 관리 주체가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정부가 보험 가입을 수령 요건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국산차 유리한 구도, 수입차의 대응 전략이 관건
이번 개편이 7월부터 실제로 시행되면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는 적잖이 달라질 전망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 기아 EV 라인업, KG모빌리티 등 국내 제조사는 공급망 배점에서 안정적인 점수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테슬라와 BYD는 60점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사실상 보조금 없는 조건으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다.
테슬라가 국내 공장 설립이나 부품 현지화를 단기간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보조금 없는 가격 정책을 유지하거나 차량 가격 자체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BYD는 국내 투자 확대 여부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7월 이후에는 구매 전 해당 제조사가 평가 기준을 통과했는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정부가 평가 결과를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 보조금 차단 대상 브랜드를 어떻게 고지할지는 아직 구체적인 절차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제도 운영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작업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7월 첫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가 이번 개편의 실질적인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