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92% 찬성으로 파업권 확보…2년 연속 파업 기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합법적 파업권을 손에 쥐었다. 지난 6월 24일 실시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4.15%가 참여해 그중 92%가 찬성표를 던졌고, 다음 날인 2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파업 요건이 완성됐다. 교섭 결렬 시 언제든 파업에…

금속노조 현대차지부가 합법적 파업권을 손에 쥐었다. 지난 6월 24일 실시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4.15%가 참여해 그중 92%가 찬성표를 던졌고, 다음 날인 25일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면서 파업 요건이 완성됐다. 교섭 결렬 시 언제든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상태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파업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찬성률 92%, 조합원 결집 수위
이번 투표 참여율과 찬성률은 모두 이례적으로 높다. 조합원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 그 대부분이 파업에 찬성했다는 건, 현장의 불만이 단순한 임금 협상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노조가 공식적으로 내건 요구안은 크게 세 가지다. 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지난해 순이익의 30%에 해당하는 성과급 지급, 그리고 인공지능(AI)·로봇 도입 시 고용 안정 보장이다. 임금 인상과 이익 분배 요구는 매년 반복되는 패턴이지만, AI·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보장 조항은 올해 처음 전면에 등장한 요구다. 자동화 흐름이 빨라지는 제조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고용 불안을 실질적 위협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AI·로봇 고용 보장, 올해 교섭의 핵심 변수
현대차는 최근 몇 년간 생산 공정 자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용접·도장 등 일부 공정에서 로봇 투입 비중이 늘고 있고,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전환 과정에서 생산 방식 자체의 변화도 예고돼 있다. 노조 입장에서 이번 협상은 단순히 이번 해 임금을 얼마 받느냐를 넘어, 중장기적으로 조합원 일자리가 보장되는지를 못 박아두는 기회다.
사측 역시 이 부분을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으로 보고 있다. 고용 보장 조항이 생산 자동화 계획에 제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글로벌 전기차 경쟁에서 원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산 효율화를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한다면 교섭은 장기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중앙쟁의대책위 출범, 교섭 재개 요청도
6월 30일에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해 파업 일정 논의에 착수했다. 조합원 결집이 확인된 상태에서 대책위 구성까지 이뤄진 만큼, 노조의 실질적 파업 준비는 이미 상당 수준에 올라 있다고 봐야 한다.
다만, 사측도 교섭 재개를 공식 요청한 상태여서 협상 테이블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노사 양측 모두 파국을 원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현대차로서는 파업에 따른 생산 공백이 단기 실적뿐 아니라 글로벌 고객사와의 납기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대규모 파업보다는 막판 협상 타결에 무게를 두는 기류도 감지된다.
지난해 4000억 차질, 올해 규모는
현실적인 위기감은 지난해 수치에서 나온다. 2025년 현대차 노사는 부분 파업을 반복하며 약 4000억 원 규모의 생산 차질을 빚었다. 당시 일부 차종의 국내 출고 일정이 밀렸고, 수출 물량에도 여파가 미쳤다. 만약 올해 파업이 같은 규모 이상으로 현실화한다면 피해액은 더 커질 수 있다.
현대차의 주요 생산 거점인 울산·아산·전주 공장 모두 이번 교섭 대상에 포함돼 있다. 특히 울산 공장은 아이오닉 시리즈를 비롯한 전기차 핵심 모델의 생산 기지로, 파업 시 전기차 출고 지연이 국내외 판매 모두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완성차 공장이 멈추면 협력사 납품 물량도 함께 줄어드는 구조여서 부품업계의 긴장감도 상당하다.
교섭 시한과 향후 전망
노사가 극적으로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현대차 노사는 역사적으로 파업권 확보 이후에도 교섭을 통해 타결에 이른 사례가 여러 번 있다. 찬반투표 가결이 곧바로 파업 돌입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중앙쟁의대책위 출범 이후에도 협상 여지는 열려 있다.
관건은 사측이 AI·로봇 고용 보장 조항을 어느 수준에서 수용할 수 있느냐다. 임금 인상과 성과급은 숫자 조율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지만, 고용 보장 조항은 문구 하나에 따라 향후 수년의 생산 전략이 달라질 수 있는 구조적 사안이다. 노조가 이 부분에서 물러서지 않는다면 파업은 피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국내 완성차 산업 전체가 이번 현대차 교섭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