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전기차 배터리 건강도 평균 98%…"노화 걱정, 데이터로 답한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오래된 이유 중 하나가 배터리 수명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 불안에 정면으로 답했다. 양사가 실제 운행 중인 전기차 데이터를 근거로 집계한 배터리 잔존 건강도(SoH)가 평균 98% 수준으로, 글로벌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

현대차·기아, 전기차 배터리 건강도 평균 98%…"노화 걱정, 데이터로 답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 Alexander Migl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가장 오래된 이유 중 하나가 배터리 수명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 불안에 정면으로 답했다. 양사가 실제 운행 중인 전기차 데이터를 근거로 집계한 배터리 잔존 건강도(SoH)가 평균 98% 수준으로, 글로벌 최상위권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배터리 잔존 건강도 98%, 숫자가 말하는 것

배터리 잔존 건강도, 이른바 SoH(State of Health)는 배터리가 출고 당시 용량 대비 현재 얼마나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100%에 가까울수록 새 차 상태에 가깝다는 의미이고, 수치가 낮아질수록 충전 한 번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든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번에 공개된 98%라는 수치는 단순한 이론치가 아니다. 실제 도로를 달리고 있는 차량들에서 수집한 운행 데이터를 토대로 집계된 결과다. 즉, 실험실 조건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매일 충전하고 운행하는 현실 속 수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현대차·기아 측은 이 수치가 글로벌 동급 최상위권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관리 기술의 수준은 제조사마다 차이가 크고, 오랜 기간 쌓아온 데이터 관리 역량이 곧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영역이다. 98%라는 수치는 그 결과물이기도 하다.

소비자 불안의 핵심을 건드리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커졌음에도 여전히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심리적 장벽이 있다. 배터리가 언제 망가질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이 그것이다. 특히 "몇 년 지나면 주행거리가 반 토막 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은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

이런 불안은 중고차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 대비 잔존가치 하락폭이 크다는 인식이 있고, 이 때문에 신차를 사도 팔 때 손해가 크다는 우려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구매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이유 중 배터리 노화 문제가 상위권에 꾸준히 등장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현대차·기아가 이번에 SoH 데이터를 공개한 것은 그 심리적 저항선을 데이터로 허물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추상적인 보증 약속이 아니라, 실제 차량에서 뽑아낸 수치로 소비자에게 직접 말을 거는 방식이다. 배터리 보증 기간이나 약관보다 훨씬 체감하기 쉬운 언어를 택한 셈이다.

중고 전기차 잔존가치 논의에 미칠 파장

이번 발표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 차원에서만 해석될 문제는 아니다. 중고 전기차 시장의 가격 형성 방식 자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더 넓은 파장이 예상된다.

중고차 가격은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상태가 가격을 좌우하는 결정적 변수 중 하나다. 실제 배터리 건강도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데이터가 축적되면, 이를 근거로 중고 전기차 가격 평가 기준이 보다 정교해질 수 있다. 막연히 "전기차는 배터리가 걱정"이라는 이유로 싸게 팔거나 사는 관행이 바뀔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한편 배터리 성능 유지 수준이 높다는 것은 전기차를 리스나 장기 렌트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신호다. 계약 만료 후 반납하는 차량의 배터리 상태가 좋다면, 잔존가치 정산에서 불리해질 이유가 줄어든다.

전기차 신뢰 회복, 데이터 공개 전략으로

국내 전기차 시장은 지난 몇 년간 충전 인프라 부족, 화재 우려, 보조금 축소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시장 재점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시각이 업계 안팎에서 공유되는 상황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차·기아의 이번 데이터 공개는 하나의 전략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광고나 마케팅 언어 대신 측정 가능한 수치를 내세워 신뢰를 쌓겠다는 방향성이다. 배터리 건강도라는 지표는 소비자 입장에서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경쟁사와의 비교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시장 내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전기차 전환이 단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여러 시장에서 확인됐다. 속도보다 신뢰가 먼저라는 것을 업계가 깨달아 가는 시점에, 현대차·기아가 내놓은 이 숫자 하나가 어떤 무게를 가질지는 앞으로 시장이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