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그룹, 2030년 목표 내세워 10만 명 감원·공장 4곳 폐쇄 추진

포르쉐와 아우디까지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하며 유럽 최대 완성차 그룹이 사실상 전면 쇄신에 들어갔다. 폭스바겐그룹이 독일 내 공장 4곳 폐쇄와 최대 10만 명 규모 감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시장 판매 부진, 미국발 관세 압박이 한꺼번에 덮…

폭스바겐그룹, 2030년 목표 내세워 10만 명 감원·공장 4곳 폐쇄 추진
사진: Wikimedia Commons · Alexander Migl

포르쉐와 아우디까지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하며 유럽 최대 완성차 그룹이 사실상 전면 쇄신에 들어갔다. 폭스바겐그룹이 독일 내 공장 4곳 폐쇄와 최대 10만 명 규모 감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 시장 판매 부진, 미국발 관세 압박이 한꺼번에 덮치면서 단계적 비용 절감 시도만으로는 한계에 달했다는 판단이 그룹 안팎에서 굳어지는 분위기다.

영업이익률 8~10% 회복, 2030년까지의 시계

폭스바겐그룹이 이번 구조조정의 목표로 내세운 숫자는 영업이익률 8~10%다. 이 목표를 2030년까지 달성하겠다는 것이 그룹 경영진의 구상이다. 현재 그룹 수익성이 이 목표치를 상당히 밑돌고 있다는 사실이, 감원과 공장 폐쇄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든 직접적인 배경이다.

독일 내 공장 4곳 폐쇄 검토 소식은 자국 생산 기지를 지켜온 폭스바겐의 역사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진다. 독일 제조업의 상징처럼 여겨온 폭스바겐 공장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현실적인 논의 테이블에 오르기 어려운 주제였다. 그러나 수년간 누적된 수익성 압박이 결국 성역을 건드리기 시작했다.

최대 10만 명이라는 감원 규모 역시 그룹 전체 임직원 수를 놓고 보면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수치다. 이는 생산직뿐 아니라 연구개발·행정 인력에 걸친 광범위한 구조 재편을 의미한다. 그룹 측은 구체적인 이행 일정과 대상 공장을 아직 공식 확정하지 않은 상태지만, 내부적으로는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이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르쉐, 자회사 3곳 폐쇄…아우디도 7,500명 줄인다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은 핵심 브랜드들의 독자적인 감원 계획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포르쉐는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분야 자회사 3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2029년까지 1,900명을 추가로 감축할 방침이다.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의욕적으로 세웠던 관련 조직들이 수익성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되레 축소 대상이 된 셈이다.

아우디 역시 독일 내 최대 7,500명 감원을 추진 중이다. 아우디는 이미 이전부터 인력 감축 논의를 이어왔지만, 이번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 기조가 확인되면서 계획이 더욱 구체화되는 흐름이다. 폭스바겐, 포르쉐, 아우디가 동시에 감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특정 브랜드의 위기가 아니라 그룹 전반의 체질 문제로 읽힌다.

세 브랜드의 감원 계획을 합산하면 그 규모는 가히 유럽 자동차 산업 전체를 흔들 수준이다. 독일 남부와 서부 지역 제조업 생태계에 미칠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전기차 둔화·중국 부진·관세라는 삼중 압박

폭스바겐그룹이 이 같은 결단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서로 다른 방향에서 동시에 가해지는 세 가지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전 세계적인 전기차 수요 둔화다. 그룹은 전동화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지만, 정작 시장은 기대만큼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충전 인프라 불안과 높은 차량 가격, 소비자 망설임이 겹치면서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중국 시장 부진도 뼈아프다. 폭스바겐 그룹에게 중국은 오랫동안 세계 최대 단일 시장이자 수익의 핵심 원천이었다. 그런데 중국 로컬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을 급격히 끌어올리면서 독일 브랜드들의 점유율이 무섭게 줄어들고 있다. 한때 독보적인 위상을 자랑하던 폭스바겐의 중국 지위는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돼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발 관세 부담이 더해졌다.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정책이 유럽산 완성차에 직접적인 비용 부담을 안기면서 수익성 방정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세 가지 악재가 동시에 작용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점진적 비용 절감 방식으로는 그룹이 원하는 수준의 수익성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내부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정치권 반발, 의사결정을 가로막는 변수

계획이 예정대로 이행될 것인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폭스바겐그룹의 지배구조는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경영진과 노조 대표가 감독이사회 의석을 절반씩 나눠 갖는 공동결정 구조는 독일 대기업 가운데서도 특히 노조 영향력이 강한 편에 속한다. 대규모 감원이나 공장 폐쇄 같은 사안은 노조의 동의 없이는 실질적인 추진이 어렵다.

정치권의 개입 가능성도 변수다. 독일 내 대형 사업장 폐쇄는 지역 경제와 고용에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지방 정부는 물론 연방 차원의 정치적 개입이 예상된다. 이미 이전에도 폭스바겐의 구조조정 시도는 노조와 정치권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당초 계획보다 대폭 축소되거나 속도가 늦춰진 전례가 있다.

결국 이번 구조조정의 관건은 경영진이 설계한 청사진을 실제로 얼마나 관철해낼 수 있느냐다. 2030년이라는 시계가 그리 멀지 않은 만큼, 노조·정치권과의 협상 과정에서 원안이 어느 정도 살아남느냐에 따라 그룹의 수익성 회복 속도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최종 합의안이 현재 논의되는 규모에서 상당히 좁혀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이번만큼은 그룹의 위기 의식이 과거와는 다른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