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V2G, 차를 꽂아두면 돈이 생긴다?… 국내 시범사업 보상 구조 총정리

전기차를 충전기에 꽂아두면 배터리 전력이 전력망으로 흘러가고, 그 대가로 보상을 받는 기술이 V2G(차량→전력망)다. 국내에서는 2025~2026년 제주를 중심으로 카셰어링·일반 가정 대상 시범사업이 본격화됐고, 정부는 2026~2027년 1만 대 규모 확대를 목표로 제도 정비를 진행 중이다. 현금 정산 보상 체계는 아직 없지만, 유럽은 이미 연간 1만km 이상 무료 주행 혜택을 주는 상업용 요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Luxury cars lined up at an outdoor dealership, showcasing sleek designs.
사진: Pexels · Pixabay

전기차를 충전기에 연결하면 배터리가 채워지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반대로, 배터리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팔 수 있다면' 어떨까. 이게 V2G(Vehicle-to-Grid), 즉 차량→전력망 방전 기술이다. 2026년 현재 국내 제주에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고, 현대차그룹은 일반 가정 40가구를 대상으로 실증을 막 시작했다. 보상은 얼마나 되는지, 제도는 어디까지 왔는지, 유럽·일본은 이미 어떻게 하고 있는지 — 지금 알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한다.


V2G가 뭔지부터

V2G는 전기차 배터리와 전력망을 양방향으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낮에는 배터리에서 전기를 '뽑아서' 전력망에 공급하고,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에는 저렴한 전기로 다시 충전하는 방식이다.

전력 수요와 공급은 항상 균형이 맞아야 한다. 지금은 태양광·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늘면서 '남아도는 시간'과 '부족한 시간' 사이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V2G는 이 격차를 수십만 대의 전기차 배터리로 메운다는 아이디어다.

규모로 보면, 한국전력공사가 분석한 수치가 있다. 10㎾급 양방향 충전이 가능한 전기차 10만 대가 동시에 1시간 방전하면 최대 1GW 규모, 약 80만 명이 1시간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에 해당한다. 부천시 전체 인구와 비슷한 숫자다.

전기차 10만 대 × 10㎾ × 1시간V2G 동시 방전 규모
최대 1GW (양수발전 수준)전력 효과
약 80만 명분 · 1시간 사용량수혜 인구

국내 시범사업, 지금 어디까지 왔나

쏘카 × 현대차그룹 — 제주 쏘카터미널 (카셰어링)

국내 첫 V2G 시범사업은 2025년 12월 24일 제주 쏘카터미널에서 시작됐다. 카셰어링 차량을 '이동하지 않는 시간'에 전력망 자원으로 쓰겠다는 구조다.

터미널 내 양방향 충전기 15기로 시작했고, 상반기 중 터미널 전체 주차면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R&D 사업 로드맵과 연계해 최대 200기까지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이 가능했던 건 규제샌드박스 덕분이다. 산업통상부·기후에너지환경부·국토교통부가 공동 승인한 실증 특례로 두 가지 핵심 규제가 풀렸다.

  • 산업용 충전시설 EV 방전 금지 해제
  • 렌터카 EV의 전력시장 참여 허용

기존 제도로는 불가능했던 일이다.

현대차그룹 × 제주도청 — 일반 가정 40가구 (개인 고객)

카셰어링 실증에서 한 발 더 나갔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7월 현재, 일반 가정 40가구 내 인프라 구축을 완료하고 실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참여 조건은 아이오닉 9 또는 EV9 보유자로, 자택이나 직장에 V2G 양방향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제주도민이다. 직업군과 거주지를 고르게 배분해 다양한 이용 패턴 데이터를 확보하는 게 목적이다.

사업 구조도 민관 합동이다. 현대자동차·기아가 사업 운영과 기술 검증, 현대엔지니어링이 충전 서비스 분석, 제주도청이 관련 조례·제도 개선, 한국전력이 배전망 연계를 맡는다.

다만 이 두 축의 시범사업이 지금 당장 '돈이 되는' 건 아니다. 보상 구조를 살펴보면 그 이유가 나온다.


보상은 얼마나 되나 — 솔직하게

현재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것

시범서비스 기간 동안 참여 고객이 받는 혜택은 두 가지다.

  • 양방향 충전기 무료 설치
  • 전기차 충전 요금 전액 지원

현금이 들어오는 게 아니라, 나가는 돈을 막아주는 구조다. 현재는 현금 정산 방식의 보상 체계가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현대차 내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행 제도 아래서 전기차 차주가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월 1만~2만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단, 이 수치는 단일 출처의 시뮬레이션 추정치다. 실제 시범사업 정산 데이터가 공개된 수치는 아직 없다.

관계자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한국에서는 V2G 참여로 차주가 최소한 전기차 충전 요금을 내지 않고 자차를 운행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현실적 목표다."

왜 더 못 받나 — 제도의 문제

국내 전력 구조가 V2G 보상 체계를 만들기 어렵게 돼 있다. 전력 소매판매와 송배전 사업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V2G 상용화를 위한 선결 과제로 네 가지를 제시했다.

  • 스마트미터 보급 확대 (충전·방전 계량 인프라)
  • 요금제 유연화 (시간대별 차등 요금)
  • 그리드 코드 표준화
  • 이중과세 해소

전기차 배터리에서 전력망으로 전기를 팔려면, 법적으로 전기차가 '분산형 에너지 저장장치'로 인정받아야 한다. 전력거래소에서 전력 판매를 할 수 있게 제도가 갖춰져야 한다. 지금은 둘 다 안 돼 있다.


정부 정책,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제주 분산특구

2023년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후 2025년 11월 제주가 분산특구로 지정되면서 V2G 기술 실증의 법적 근거가 생겼다.

분산특구에서는 전기사업법상 '발전·판매 겸업 금지' 예외가 인정돼 전력 직접거래가 가능해진다. 제주가 V2G 시범사업의 발화점이 된 이유다.

V2G 민관 협의체

지난해 말 V2G 민관 협의체가 출범했다. 요금제, 정산·보상 방식, 법령 개선, 기술 표준을 다루는 중장기 로드맵을 논의 중이다.

협의체는 두 개 분과로 운영된다. 정책·제도와 전력·시장을 묶은 분과, 전기차와 충전기·통신을 묶은 분과다. ISO 15118-20 통신표준, 배터리 정보 제공 의무화 같은 기술 현안도 여기서 다룬다.

1만 대 시범사업 계획

정부는 2026~2027년 1만 대 차량·충전기가 참여하는 시범사업을 거쳐, 2028년 성과를 제도에 반영할 계획이다. 계획 단계 수치이므로 실행 중 변동 가능성이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제주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서 V2G 확대를 '7대 혁신 프로젝트' 중 하나로 명시했다. 에너지 부처가 환경부로 통합되면서 부처 간 협의 단계가 줄어든 것도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유럽·일본은 이미 다르다

유럽 — 상업용 요금제가 나왔다

유럽에서는 2024년 말부터 완성차 업체와 전력회사가 손잡은 상업용 V2G 요금제가 속속 출시됐다.

국가사업자보상 기준혜택
독일E.ON × BMW시간당 0.24유로연간 약 1만 4,000km 무료 주행
프랑스Mobilize시간당 0.06유로연간 1만 880km 무료 주행
영국Octopus Energy월 240시간 이상 연결연간 1만 2,000km 무료 주행

사용자는 출차 시간과 목표 충전량만 앱에 설정하면 된다. 실제 충·방전 제어는 전력회사가 가격과 계통 상황에 맞춰 알아서 한다. '차를 오래 꽂아둘수록 혜택이 커지는' 구조라 소비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쉽다.

영국 옥토퍼스 에너지는 한발 더 나아가 전기차 리스, V2G 충전기 설치, 요금제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를 출시했다. 충전기에 꽂기만 해도 자동으로 참여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유럽 최초 도시 단위 V2G 대규모 실증인 '위트레흐트 에너자이즈드' 프로젝트가 운영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네덜란드에서 완성차 업체 최초로 2025년 12월 말부터 아이오닉 9·EV9 보유 고객 대상 V2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일본 — V2H에서 V2G로

일본은 V2H(Vehicle-to-Home, 차→가정) 단계에 먼저 상용화됐다. 닛산 올-뉴 리프가 V2H 기능을 제공해 차량 배터리를 가정 전원으로 쓸 수 있다.

닛산이 10년간 리프 텔레매틱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하루 중 95%가 주차 상태였다. 서 있는 차에서 전기를 끌어쓰는 건 사실 이미 증명된 일이다. 유럽 버전은 V2G(그리드 연계)까지 지원한다.


시장 규모 — 얼마나 커질까

시장조사기관 Mordor Intelligence는 V2G 시장이 2025년 57억 5,000만 달러(약 8조 3,000억 원)에서 2030년 195억 달러(약 28조 2,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 성장률 27.6%다.

유럽에서 V2G 활성 차량은 2025년 1월 기준 40만 대를 넘어섰다. 여덟 개 완성차 OEM이 2025년 모델 라인업에 V2G를 완전 통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실적으로 뭘 기대할 수 있나

V2G 시범사업에 참여 중인 아이오닉 9 차주가 실제로 한 말이 있다.

"V2G 전용 요금제와 세제 혜택, 전용 주차구역 같은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더 많은 소비자가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단계에서 솔직히 말하면, 개인 차주가 V2G로 '돈을 버는' 단계는 아니다. 충전 요금을 면제받는 수준이고, 추정 수익도 월 1~2만원이다. 한국은 전기차를 분산형 에너지 자원으로 인정하는 법적 기반, 시간대별 전력 가격을 반영하는 요금제, 정산 기준 — 이 세 가지가 모두 아직 만들어지는 중이다.

다만 방향은 분명하다. 제주 분산특구 지정, 민관 협의체 출범, 1만 대 시범사업 계획, '7대 혁신 프로젝트' 지정까지. 제도의 바퀴가 돌기 시작했고, 유럽에서 이미 답이 나온 모델이 있다.

2028년 제도 반영이 예정대로 된다면, 그 이후부터가 일반 전기차 오너에게 실질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시점이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V2G에 참여하면 배터리가 더 빨리 닳지 않나요?

배터리 열화 가능성은 업계가 주목하는 과제다. 다만 현재 국내 시범사업 단계에서 공식 발표된 열화 데이터나 제조사 공식 입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충전·방전 횟수보다 온도와 충전 상태(SOC) 관리가 배터리 수명에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게 일반적인 기술 견해다. 실증 데이터가 쌓이면 더 명확한 기준이 나올 것이다.

지금 당장 V2G 시범사업에 참여할 수 있나요?

현재 국내 시범사업은 제주 지역, 아이오닉 9 또는 EV9 보유자 중 자택·직장에 충전기 설치가 가능한 40가구가 선정된 상태다. 일반 신청 접수 기간은 이미 마감됐다. 2026~2027년 정부 1만 대 시범사업이 확대되면 참여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V2G 보상은 얼마나 되나요?

국내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현금 지급이 아닌 '충전 요금 면제' 형태다. 현대차 내부 시뮬레이션 추정치로는 현행 제도 아래 월 1만2만원 수준이지만, 이는 실제 정산 데이터가 아닌 추정치다. 유럽의 경우 이미 연간 1만 2,0001만 4,000km 무료 주행에 해당하는 보상을 주는 상업용 요금제가 운영 중이다.

V2G를 쓰려면 어떤 차량이 필요한가요?

양방향 충전(V2G)을 지원하는 차량과 전용 충전기가 모두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아이오닉 9, EV9이 시범사업에 활용되고 있다. 일반 전기차 충전기로는 V2G가 불가능하고, ISO 15118-20 통신표준을 지원하는 양방향 충전기가 필요하다.

제도가 갖춰지면 실제로 얼마나 버나요?

현행 조건에서는 월 1~2만원 추정이지만, 제도가 정비돼 시간대별 요금제와 전력시장 직접 참여가 허용되면 수익은 달라진다. 유럽 사례를 참고하면 연간 수십만원 수준의 충전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구체적인 국내 정산 기준은 2028년 이후 제도 반영 시점에 확정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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