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3·EV4·EV5에 GT 라인업 추가…EV9도 연식변경으로 재단장

기아가 소형·준중형 전기차 라인업 전반에 걸쳐 고성능 GT 모델을 추가하고, EV3·EV4·EV9의 연식변경 모델을 동시에 출시했다. 전동화 라인업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가격은 동결해 시장 공략 의지를 분명히 했다.

기아, EV3·EV4·EV5에 GT 라인업 추가…EV9도 연식변경으로 재단장
사진: 기아 제공

기아가 소형·준중형 전기차 라인업 전반에 걸쳐 고성능 GT 모델을 추가하고, EV3·EV4·EV9의 연식변경 모델을 동시에 출시했다. 전동화 라인업의 폭을 넓히는 동시에 가격은 동결해 시장 공략 의지를 분명히 했다.

GT, 기아 전기차 포트폴리오의 새 꼭짓점으로

이번에 공개된 GT 모델은 EV3·EV4·EV5 세 차종에 걸쳐 동시 추가됐다. 기아가 비교적 대중적인 가격대의 소형·준중형 전기차에 고성능 배지를 붙인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단순히 출력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차체 자세 제어와 주행 감각 전반을 재설계했다는 점에서 브랜드 내 새로운 포지셔닝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EV3 GT와 EV4 GT는 듀얼모터 구성으로 합산 최고출력 215kW를 발휘한다. EV5 GT는 한 단계 더 올라 225kW를 내어, 같은 GT 라인업 안에서도 차급에 따른 위계를 뚜렷이 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동급 내연기관 스포츠 모델과 견줄 만한 수준이다.

주행 특화 사양, 전 GT 공통으로 기본 적용

출력 수치 이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주행 특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이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가상 변속 기능,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이 EV3·EV4·EV5 GT 전 모델에 기본으로 탑재된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 데이터를 활용해 노면 정보를 미리 읽고 감쇠력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요철이나 코너 진입 직전에 서스펜션이 선제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전자제어 서스펜션보다 차체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가상 변속 기능은 전기차 특유의 선형적 가속감에 엔진 변속과 유사한 감각을 더해주는 장치로, 운전의 재미를 높이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다이내믹 토크 벡터링은 코너링 시 전후 좌우 바퀴에 전달되는 구동력을 능동적으로 배분해 민첩성을 극대화한다.

세 가지 기술이 하나의 패키지로 묶여 전 GT 모델에 기본 적용된다는 점은, 단순한 옵션 추가가 아니라 GT라는 이름이 갖는 성능 기준선을 명확히 정의한 것으로 읽힌다.

EV3 연식변경, 가격 유지하면서 사양 올려

GT 모델과 함께 공개된 연식변경 EV3는 가격 동결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에어 트림 기준 판매 가격은 3,995만 원으로, 전년 대비 인상 없이 유지됐다. 사양을 강화하면서도 가격을 그대로 가져간다는 것은 현재 전기차 시장의 분위기를 고려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보조금 축소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소비자의 관망세가 짙어진 상태다. 이 상황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구매 장벽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아가 가격을 묶은 채 상품성을 높이는 방향을 택한 배경에는 이러한 시장 현실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EV4 역시 연식변경이 이뤄졌으며, 안전과 편의 측면의 기본 사양이 보강된 것으로 전해진다.

EV9, 실용 편의 중심의 상품성 개선

플래그십 전기 SUV인 EV9도 이번 연식변경에 포함됐다. EV3·EV4와 달리 GT 추가 없이 편의 사양 보강에 집중한 형태다. 테일게이트 비상램프와 100W USB 단자가 새롭게 기본 적용됐다.

테일게이트 비상램프는 도심보다 고속도로나 외곽 주행이 잦은 대형 SUV 오너에게 실질적인 안전 장치로 기능한다. 100W USB 단자는 노트북 등 고전력 기기를 차량 내에서 충전할 수 있어, 이동 중 업무나 캠핑처럼 외부 전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용하다. EV9은 이미 출시 초기부터 V2L 기능 등 에너지 활용성으로 주목받은 차종인 만큼, 이번 USB 단자 강화는 그 연장선에 있는 업그레이드로 볼 수 있다.

전동화 전략의 방향을 읽을 수 있는 동시 출격

이번 발표에서 주목할 지점은 GT와 연식변경이 함께 나왔다는 사실이다. 고성능과 실용성, 두 가지 방향을 동시에 강화하는 행보는 기아가 전기차 라인업을 단순히 넓히는 게 아니라 각 차종의 성격을 더 뚜렷하게 만들려 한다는 인상을 준다.

GT 모델이 양산형 전기차 스포츠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가질 수 있을지는 아직 확인이 필요하다. 다만 215~225kW에 달하는 출력과 프리뷰 서스펜션·토크 벡터링의 조합은, 가격 대비 성능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있다. 연식변경 EV3의 가격 동결 결정과 함께, 기아가 올해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수요를 겨냥하는지 방향이 어느 정도 드러난 셈이다.